사진과 세상이야기

장인 초상사진 찍기

이산누리 2011. 7. 21. 11:28

장인 초상사진 찍기

 

장인 초상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난 7월8일의 일입니다.

 

얼마전 장인께서 "어이 이서방! " 하며 심각하게 나를 불러놓고는

잠시 뜸을 들어더니 " 나 사진좀 찍어주게"하시며 "시간나는대로,,,,,"라며 말문을 흐렸습니다.

무슨 사진이냐는 반문에 "이제 언제 갈지도 모르고 사진하나 남겨둘라꼬",,,,,,,

 

순간 '아,영정사진을 말씀하시는 거구나'라는 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그래도 사진하는 사람인데 장인사진을  그동안 찍어드리질 못했다는 송구함에 조만간 날을 잡겠다며 그 어색한 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미국 아들집으로  가시는 다음 주말 전엔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8일로 잡곤 아침일찍 부평의 댁으로  플래쉬 가방과 조명 삼각대,배경지를 챙겨 올라갔습니다.

 

 

소위 '란닝구' 차림으로 기다리시던 장인은 내가 장비를 설치하는 동안 마눌의 약간 배운 화장솜씨에 얼굴을 맡겼습니다.

 

먼저 영정사진에 관한 나의 철학을 장인에게 말씀드렸습니다.

가능한 한 가장 밝고 환한 모습의 사진을 찍는다고,,,그런 사진이라야 남은 사람들의 마음도 가볍고 당신에 대한 추억도 밝아진다고,,,,생전의 가장 좋은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게 좋다고,,,,,,그러니 웃는 모습의 사진을 찍겠다고,

장인도 이의가 없으셨던가 봅니다.

 

처음엔 굳은 모습이었죠. 누구나 그렇습니다.

'자,찍습니다'하면 그때부터 얼굴은 굳어집니다.

일부러 그런 사진을 찍습니다.그리곤 보여드리죠..이런 사진을 원하시냐고,,,

그리고 다시 찍습니다,,,웃으라고 해서요.

그러나 웃음이란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억지웃음이란 거,,,피사체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다시 보여 드립니다.

당신의 웃음이 얼마나 거북스럽고 어색한지,,,,,본인도 인정합니다.

그리고 억지웃음은 얼굴 근육이 대칭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 근육으로 쏠림이 있다는 걸 파일을 확대하여 인식시켜드립니다. 양쪽 근육을 모두 사용해서 편히 웃으시라고 요청합니다.그정도 하면 기본 교육이 됩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여기서 납니다.  의식화 교육을 하는가,아니면 그냥 그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는가...

 

곁에 딸들을 세워놓고는 자연스레 얘기하며 웃고플 땐 웃으시라고,,,사진 찍는 다는걸 의식하지 말고 편한 대화를 나누시라고,,,그리곤 순간 포착 사냥에 나섭니다.

그렇게 해서 장인사진을 찍었습니다.

몇가지를 골라 그중 마눌과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선택을 하라고 해서 선정된 사진이 바로 이 사진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장인에게 사진을 프린트해 드렸더니 만족하셨습니다.  지갑에 한장씩 넣어 보관하도록 월렛사이즈 사진을 자식들 숫자에 맟춰 서비스로 해드렸습니다.

그걸로 제몫은 일단 제대로 한거죠.

 

 

 

 

사진 찍는 것을 마친 후 장인,마눌과 처제 이렇게 넷이 강화도로 바람을 쐬러 다녀오는 내내 장인께선 몇차례나 '이제 됐다!'하며 꽤나 오래 묵은 과제를 푼 것처럼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당신에겐 소중한 숙제였던가 봅니다.

마음 뿌듯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도 으쓱해지긴 했지만, 평소 사진 봉사를 하리라는 다짐으로 교회에서 영정사진을 찍어 드린 적이 있는데 정작 제일 가까운 장인 사진을 못해드렸으니 반성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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