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궁을 돌아보면 대부분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에 따라 지어진 건물들이지만
덕수궁에는 유독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다.
이 건물의 단청과 화려한 문양은 여느 고궁의 건물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기둥과 기둥 사이가
아치형으로 되어 있고, 발코니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바로 '정관헌'이다.
이곳은 명성황후를 잃고 궁궐을 도망치듯 떠나 덕수궁(당시 경운궁)에 머물던 고종이 커피를 마시며
아픔을 달래던 곳이다.
고종은 1895년 '을미사변' 이후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했다. 당시 러시아 공사 웨베르를 따라
조선에 온 독일여성 손탁(Sontag)은 원두를 직접 볶았다.
이 원두를 내린 커피를 맛본 고종은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덕수궁으로 돌아온 고종은 그 향을 잊지 못하고, 덕수궁에 정관헌을 짓고 이곳에서
자주 커피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추스렸다.
이렇듯 각종 문헌기록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를 즐긴 사람은 고종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숍은 어디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숍도 덕수궁 인근 정동에 들어섰다. 고종에서 커피를 끓여 올린 손탁이
고종에게서 하사받은 땅에 2층짜리 건물을 짓고 2층에는 귀빈실고 아래층에는 커피숍을 마련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시가 최근 펴낸 '서울 이야기 여행'이란 책을 통해 소개됐다.
이 책은 서울의 명소 64곳의 숨겨진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더한 팩션(faction)을 함께 실었다.
오종택기자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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