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세상이야기

완전 헛방!

이산누리 2008. 3. 30. 17:11

오늘 부평역 앞 광장에서였습니다.

 

어디선가 질러대는 목소리가 꾸러미로 들려 왔습니다.

선거때다 보니 운동원들이 지지를 호소하는 구호인가 했지만  절도가

달랐습니다.

살펴본즉 한쪽 구석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4명이 90도 각도로 절하면서

목청을 최대한 울려대는 것이었습니다.

 <목소리가 그정도밖에 안돼? 언니의 표정은 완존 비웃음.학생은 배에 힘주고 머리를 휘날리며 최대한 발성. 군기 잡는구먼>

 

'어쭈구리,,,,,,이게 뭐야. 놀고들 있군'

목소리만 그런게 아니라 서있는 태도가 영국 근위병을 연상케 할 정도로

군기가 잡혀있는 것이었습니다.

 

'웬떡이냐,,,오호! 이거 특종이닷...낄낄!!!'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눈치 채지 못하게 은폐엄폐를 이용하여 셔터를 찰칵,

기관총 쏘듯 연사로 드르륵 갈겨댔습니다.

LCD화면에서 사진을 리와인드해보니 그들의 행동이 동영상처럼 저장되었습니다.

 

'됐어 이만하면..니들 딱걸렸어'

 

여고생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인...소위 '언니?'

얘들을 잡아다 서비스 업소로 넘기는건 아닐까.

흔한 생각이지만,폭력단의 기합 아닐까.

무엇이든 간에 특종감이닷. 죽은 줄 알어.

              <90도 깎듯한 인사.잘해봐라 아그들아,,,휴대폰 문자만 확인하는 언니들>

 

특종이든 뭐든 팩트에 충실하는것은 기본.

짐짓 프렌들리인 척하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다가갔습니다.

나도 너보다 큰딸이 있는 사람이니 걱정말라는 듯 인정있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아까부터 쭈욱 지켜봤는데 학생들 지금 뭐하는거지?"

 

"왜요.아저씨 우리 사진 찍어 주려구요?"

순간 뭔가 빗나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물을건 물어야지.

"저희들요,00.고등학교 방송반인데요,오늘 여기서 부평지역 방송반 학생들

대면식이 있는 날이거든요."

 

그런데 그건 뭔가? 

"최대한 인상을 잘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우리학교 명예가 있는데

소개 연습하는거예요."

 

'오,마이갓!'

특종이구 뭐고 물건너갔습니다.

폭력배나 유흥업소로 팔려가는 전초단계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어쭈구리하게 논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습니다.

 

꽃망울 여기저기 팍팍 터지는 봄날 헛꿈 꾼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