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세상이야기

대학로 어느 한 자리에서 360도로 돌아본 세상

이산누리 2009. 11. 2. 15:39

지난 31일 대학로엘 그것도 아침 이른 시간에 나가볼 일이 있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10월의 마지막 날이었군요.

그곳에서 두어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알다시피 대학로란 곳은 문화의 거리답게 눈돌리는 곳마다 소위 '그림'이었습니다.

공연포스터와 플래카드,벽보,식당 간판 ,건물 외곽 등이 각각의 멋으로 다가왔습니다.

무료하게 기다리는 것보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서있는 자리에서

이곳저곳을 둘러가며 찍어봤습니다.

의외로 그림이 되더군요.

널럴한 것이 그럴듯한 경우도 있겠지만, 망원줌렌즈로 부분부분을 따서 나의 시각을

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70~200미리에 잡히는 화상을 옮겨보고자 했습니다.

 

내가 서있는 곳은 동숭길15

동숭동 문예회관 바로 못미처 어느 골목 어귀.

여기서 사진은 시작됩니다.

 

바로 뒤 건물에 극장이 있더군요. 연극37.5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보통사람보다 1도 높으면 신종플루가 걸린건가요? 아니면 사랑의 열병을 앓는 온도일까요.해답은 연극을 봐야알겠군요.

연극도 좋지만 아침 시장끼를 때우기 위해 둥지를 나선 참새 한마리가 간판 위에 걸터앉은 것을 본 사람은 사진 심미안이 매우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합니다. 꽝꽝!

 

 

건물 사이로 열음사 간판이 보입니다.83년 시인 최하림 선생이 만드신 열음사는 <외국문학>과 <문학정신>이란 잡지를 내고 있고 갖가지 문학서적 등 출판이 매우 활발한

출판사입니다.

 

대학로에 진출한 일본 생라멘집 간판,일본색이 확연하죠?

일전에 일본에 가니 스태미너 라멘이라는 것이 있던데 보통라멘보다 200엔정도 비쌌습니다. 다름 아닌 보통라멘에 김치 몇조각 얹어 놓은 것이라서 혼자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동숭동 문예회관 담벼락위 사람 눈길이 드문 곳에 저토록 인정많게 조각상을 배치시켜놓았으니 눈길이 아니 즐거울수 있으리오.

건물에 내붙은 뮤지컬 그리스와 '누가 사람을 아름답다 했는가'란 전시 플래카드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도시에도 가을은 찾아옵니다.

오히려 도시의 나무는 더욱 애착이 갑니다.

사람냄새,음식냄새,공해 냄새,소음등으로 힘들텐데, 그래도 가을이라고 제멋을 내주는

도시나무는 고맙기만 합니다.

 

                   기왕에 가을을 얘기하자니 한장 더.

            바로 서있는 앞에 동덕여대 예술극장이 있는데 그곳의 나무 한그루.

            늘 그늘 속에 서 있습니다. 별로 자라지도 못한 나무에 매달린 잎들이

            가을색을 내고있습니다. 사진으로 대하기 전 멀리서 눈으로 보는 느낌은

            마치 꽃이었습니다.

 

전화를 거는 유리창에 비친 그녀는 이른 아침 어인 일로 그자리에서 전화를 하고 있을까요. 그녀가 내사정을 모르듯,나 또한 그녀의 사정을 알순 없습니다. 

 

대학로에 있는 교회간판에는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절의 첨탑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도시가 하나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처럼 종교도 어울려 인간정신세계를 이끌어나가길 기원합니다. 

 

도시모습 중 사라져가는 것 하나는 아마도 막대 안테나일겁니다. 

대학로에 아직도 남아있는 막대안테나가 새삼스레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도시모습 중 대표적인 것이 이젠 CCTV가 아닌가 합니다.

주차감시를 위해 설치한 카메라가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예전에 건물마다 가득하던 안테나는 사라졌으나 이젠 도로나 골목,건물마다

감시카메라가 즐비합니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이란 장치를 통해 사회 모든

곳을 감시하죠.개인의 모든 정보가 국가기관이나 다양한 정보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오늘날,현대사회의 비극적 측면을 암울하게 예측한 그 묵시록이 현실화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수집하는 유령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골목안 한구석이지만 한국의 브로드웨이답죠?

별극장 다있습니다.

가을이 다가기 전 연극한편 보러들 나서세요. 

 

서서히 아침이 밝아오니 낙지집아줌마가 스피커 줄을 연결하고 있네요.

생라멘 집 건물 뒤에 있으므로 눈에 잘 안띄어서 스피커도 내다걸고 네온간판도

 내거는군요. 

 

이제 글을 맺을 때입니다. 

건물 외곽 유리창에 도시의 가을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 아래 카메라를 든 제얼굴도 비치는군요.

결국 저는 찹쌀 순대국집 앞에 서있던 셈이군요.

 

한곳에 서서 빙 둘러가며 찍은 사진이 지루하지 않군요.

대학로에 오면 눈이 커집니다.

이것저것 볼것이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