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1호선 전철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충격이었다.
네 모녀를 암매장. 그것도 자기아버지 무덤가에.
다 큰 딸들은 살게 좀 내버려두지.
욕이 나온다.
세상마저 미워지려한다.
아침 출근길에 한강을 바라다본다.
하늘 위로 이미 많이 솟은 해는 사위어질 만도 한데 붉다.
포근한 날씨 탓에 안개 필터를 뒤집어 쓴 덕택이다.
철교에만 들어서면 유난히 시끄러워지는 전철은 투박하나마 한 칸 한 칸 철로를 먹어치우며
강 가운데로 몰입한다.
늘 그러하듯 고개를 숙여 강물을 바라본다.
붉은 해에 비친 강물마저 붉다.
일렁이는 물결에 내린 퍼진 햇살이 전철을 따라오며 온통 붉은 기운을 쏟아낸다.
죽은 자의 핏빛으로 대치된다.
아, 봄햇살에 풀린 강의 유려한 아름다움이 어디갔는가, 이아침.
아침 출근길 강을 지나며 오늘의 할일을 곰씹던 버릇이 오늘은 완전히 매장당했다.
강은 말없다.
어젯밤의 일을 강은 모른다.
한강은 다시 강을 찾는 사람들을 마다 않을 것이다.
강이 말한다.
‘강은 강이되, 어제의 강물은 이미 임진강을 지나고 강화 앞바다를 지나서 태평양으로 향하고 있을거라고. 잊으세요. 왜 신경 쓰시나요,다 지나가면 그만인 것들을...’
그런가보다. 그래야 하는가보다.
수시로 다가오는 구조조정의 그림자에, 성과를 내야하는 과제의 중압감에, 밥벌이에,
저녁에 만날 사람 생각 등등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으로 왼쪽 포켓에서 스케줄 다이어리를 꺼내본다.
괜히 욕이 나온다.
한마디만 하고 이제 안해야지.
‘니기미, 오늘도 할일이 엄청 많네.’
(08.3.11 아침)
*프로야구 스타 해태출신 이호성이 네모녀를 살해, 암매장하고 한강에서 투신했다.
어제밤 나는 중간야근 중이었다.
공개수사 돌입 하루만에 막판길을 택한 한 운동선수의 말로는 가슴에 냉기를 주고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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